머리 말려 주기
2022년 2월 28일 월 오후 2:43
여기 앉아 봐요. 나는 대충 변기에 걸터 앉았고 B는 드라이기를 꺼냈다. 머리를 말리지 않는 게 습관인 나에게 B가 머리를 왜 안 말리고 나왔냐고 묻더니 자신이 말려주겠다고 했다. 세상에 이런 걸 해주는 애인이 어디있지. 그 말에 웃었다. B의 손길은 다정했다. 나는 평소에 대충 털어 말리는 스타일인데 그에 반해 B는 세심하게 머리를 말렸다. 그 손길이 좋았다. 애정이 담겨 있어서. 머리를 띄워야 한다며 B는 머리카락을 올리고 밀고 잡고 하더니 머리가 잘 안 뜬다며 실망했다. 나는 머리가 길어 무거워서 그렇다고 설명했지만 B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했다. 그래도 성에 차게 잘 뜨진 않은 모양이다. 나와 다른 사람. 그래서 예쁜 사람. 머리를 다 말리고 거울을 보니 B가 노력한 흔적이 그대로 보였다. 나는 웃으며 칭찬을 했다. 사랑하는 사이 같다. 그런 생각이 문득 드는 밤이었다.